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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목회자 투잡, 어떻게 볼 것인가?

2012-03-26


앵커: 최근 정규 직장과 부업을 병행하는 이른바 ‘투잡’ 족이 늘고 있습니다. 목회자들 중에도 투잡 전선에 뛰어드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하는데요. 목회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부터, 이제는 목회자 투잡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목회자들의 투잡, 어떻게 봐야 할까요?
스튜디오에 취재기자 나와있습니다. 정희진 기자, 우선 얼마나 많은 목회자들이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는 건가요?

기자: 사실 목회와 부업을 병행하는 목회자 숫자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는데요. 투잡 목회자 대부분이 교인들이나 외부에 알려지는 걸 꺼려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80%가 미자립 상태고, 목사 중 3분의 1 정도는 최저생계비 이하로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투잡 목회자 숫자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햅니다.

앵커: 그렇군요. 사실 목회자로서 목회에 전념하지 않고 다른 직업으로 생활전선에 나서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데요.

기자: 목회자들의 투잡에 대해서는 이중적인 잣대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대학 강의나 세미나, 도서 집필과 같이 목회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경우 사역의 확장으로 간주돼 긍정적으로 평가됩니다. 반대로 택시운전, 택배배달 등 목회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일을 하는 경우엔 목회에 전념하지 않는다, 목회자가 돈을 벌려고 한다는 등 다소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요. 각종 세금과 예배당 월세, 가족 부양 등 현실을 고려하면 목회자들의 투잡을 부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창호 사무국장 / 작은교회세우기연합

기자: 실제로 사명을 포기할 수 없어서 목회와 사업을 병행하기 시작했다는 한 목회자를 만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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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시에서 건강식품 제조업을 하고 있는 김정일 목사. 작은 공간이지만 사모와 함께 일을 해 번 돈으로 사역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습니다. 한 교회의 협동목사로 주일예배를 인도하며 목회자 세미나 강사로도 활동하는 김 목사가 가장 주력하는 사역은 개척교회 지원입니다. 86년 목사 안수 후 크고 작은 교회를 담임하며 만난 개척교회 목회자들의 아픔이 남의 일 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김정일 목사 / ‘로뎀나무’ 사업체 운영

본격적인 사역을 위해 사단법인 ‘한국개척교회섬기기운동본부’를 설립했지만 후원금을 모으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고심 끝에 건강식품 사업을 시작한 후 개척교회 목회자들에게 맞춤정장과 자녀 교육비를 걱정 없이 후원할 수 있게 됐지만 쓴소리도 들어야 했습니다. 목사가 다른 일을 한다는 비난이었습니다.

김정일 목사 / ‘로뎀나무’ 사업체 운영

하지만 김정일 목사는 “목회자로서 주신 사명을 포기할 수 없어, 사도 바울과 같은 심정으로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김정일 목사 / ‘로뎀나무’ 사업체 운영 앵커: 목회를 계속 하기 위해 투잡을 하는 거라면 부정적으로만 봐선 안 될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 목회자들이 목회에만 전념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면 목회자 투잡을 무조건 문제시하기 보다 인정하는 분위기가 필요해 보이는데요. 최근에는 생계를 위한 수단에서 나아가 투잡을 새로운 목회 방법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도 바울이 장막을 만드는 일을 했던 것처럼 목회자들이 일반적인 직업을 병행하는 것이 반드시 세속적인 일이 아니며, 나아가 사람들과 가까이 생활하기 위한 목회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박형렬 교수 / 아세아연합신대

앵커: 아직까지 우리나라 목회자가 직업을 사역의 일환으로 갖는다는 것에 대해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 같기도 한데요.

기자: 네, 한국교회 정서상 목회자가 다른 직업을 갖는 게 생소하게 느껴질 텐데요. 이미 미국 남침례교 목회자들의 40%는 교회 밖에서 파트타임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젊은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생활 속에서 전도와 선교를 하기 위해 직업을 갖고 일하며 목회하는 사역자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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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학 목사는 양계농협에서 일을 마치고 4시쯤 교회로 출근합니다. 이 목사를 포함해 청소년부, 청년부 등을 맡은 4명의 공동목회자가 모두 직업을 갖고 있는, 이른바 ‘투잡’ 목회자입니다. 목회자들은 가정에서 예배를 드리고 교회를 개척한 3년 전부터 “세상 속에서 일하는 목회자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세상에서 6일을 보내고 교회에서 하루를 사는 성도들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재학 목사 / 하늘땅교회

학교 교사와 학원 강사, 인테리어 디자이너 등 직업도 다양한 목회자들은 동료들과 신앙적인 대화를 나누고 신우회 모임을 조직하는 등 직장 내 신앙을 이끌어 왔습니다. 이들의 자연스러운 전도 덕분에 교회 공간을 마련한지 4개월 만에 매주 70명이 출석하는 교회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재학 목사 / 하늘땅교회 ---------------------------------------------------------
앵커: 목회자와 성도의 삶이 교회와 세상으로 양분된 게 아니라는 말이 인상적인데요. 목회자들이 직업을 갖고 일할 경우 성도들에게 좀 더 와닿는 사역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전도와 선교 대상인 성도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목회자 투잡은 새로운 목회방법으로서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요. 하지만 목회자 투잡에 대해 앞으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한 게 사실입니다. 투잡 목회자들을 단순히 보수적인 잣대로 평가해 문제시하거나, 미자립교회 문제를 목회자 개인의 역량으로만 볼 게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 차원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오늘 목회자들의 투잡에 대해 살펴 봤습니다. 정희진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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