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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대학 입시규제

2012-05-16


미래의 기독교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곳, 바로 신학대학교죠. 그런데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신학교가 기독교인 학생만 선발한다며 당장 내년 신입생부터 종교에 제한을 두지 말라고 규제하고 나섰습니다. 종교 사학의 설립정신을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데요. 보도에 정희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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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국내 각 신학대학들의 2013년 신입생 입학전형을 검토한 뒤 신학대 일반전형이 ‘기독교인’ 학생만 선발한다며 신학과를 제외한 학과의 “일반전형 학생 선발시 종교에 제한을 두지 말라”고 권고했습니다.

대교협은 이번 권고안을 따르지 않을 경우 해당 신학대의 신입생 모집정원에서 10%를 감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동안 신학대학들은 일반전형에서 ‘기독교 세례교인인 자’로 지원 자격을 못박아 왔고, 신학과의 경우 교단 배경도 학교가 속한 교단 세례교인으로 규정해 왔습니다.

지난해 11월 대교협의 권고를 받은 각 신학대학들은 즉각적으로 반발했습니다. 종교 사학의 특성상 비기독교인 학생이 입학할 경우 채플 거부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학교의 설립 정신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문성모 회장 / 한국신학대학총장협의회

대교협의 신학대 입시규제는 종교사학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됐으며, 종교의 기본권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정성진 대표 / 미래목회포럼

한국교회의 미래를 책임질 신학대학교의 존재 이유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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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종교 지도자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신학대에서 종교에 상관없이 입학생을 받아야 한다면 큰 혼란이 예상되는데요. 취재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정희진 기자,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이같이 규제하는 근거가 뭡니까?
기자: 네, 대교협은 입학전형을 구분해 놓은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34조를 근거로 들고 있는데요. 이 중 1항을 보면 “일반전형은 일반학생을 대상으로 보편적인 교육적 기준에 따라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으로서 대학의 교육목적에 적합한 입학전형의 기준 및 방법에 따라 공정한 경쟁에 의해 공개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대교협은 “이 조항에 따라 신학대학교도 일반 대학처럼 일반전형에서 종교에 제한을 두면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하지만 신학대학교는 종교 지도자 양성이 목적이라, 일반 대학교와는 설립이유 자체가 분명히 다른 데요, 일괄적인 잣대를 적용할 수 없는 것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국내 각 신학대학교들은 종단의 목회자와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한 학교임이 분명합니다. 지난 2008년 6월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사립학교법 시행령에 따라 국내 15개 신학대학교에 대해서 ‘종교 지도자 양성만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이라고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대교협은 이들 종교지도자 양성 대학에 대해서도 기독교인 응시 자격을 없애라고 권고한 겁니다. 이번 조치는 상위법인 사립학교법에도 위배되는데요. 게다가 대교협은 이번 권고 과정에서 스스로 말을 바꾸기도 하는 등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여 신학대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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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과, 기독교교육과, 교회음악학과를 운영하고 있는 장신대학교는 세례교인 또는 유아세례교인, 출석교회 목사 추천을 받은 자로 신입생 지원 자격을 정해 놓았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로부터 이 자격제한 내용을 변경하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장신대는 그 즉시 대교협 조치를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전달했고, 대교협 역시 “장신대가 종교지도자 양성만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으로서 “종교관련 지원자격을 허용한다”는 결과를 전해 왔습니다. 하지만 불과 2달만인 지난 3월 22일 다시 공문을 보내 “신학과를 제외한 기독교교육과, 교회음악학과는 종교 제한을 둘 수 없다”고 통보했습니다.

박보경 교수 / 장신대 교학처장

이같은 조치에 대해 장신대는 수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서한을 5월 11일자로 대교협 측에 보낸 상태입니다. 대교협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종교사학의 근간을 흔드는 이번 조치에 대해 장신대는 강력하게 대처한다는 계획입니다. 현재 학교 차원의 문제제기는 물론 전국 21개 종교사학과의 연대, 예장통합 교단 차원의 대응도 준비 중입니다. ----------------------------------------------------
앵커: 납득할 만한 이유도 없고 일관성도 결여된 이번 조치를 신학교들이 따를 수밖에 없는 건지 참 답답한데요. 앞으로 신학교는 모든 학과에서 종교에 상관없이 신입생을 받아야 하는 건가요?

기자: 대교협은 신학과는 세례교인, 담임목사 추천 등의 종교 제한을 둘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아 놓았습니다. 그 외의 기독교교육과, 교회음악학과, 선교학과 등 모든 학과는 종교지도자 양성학과가 아니라고 해석한 겁니다. 신학교 현실을 전혀 모르는 조치인 거죠. 또 이들 학과에서 종교 제한을 두고 싶으면 일반전형 대신 특별전형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면 된다는 입장인데요. 하지만 문제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신학대의 정체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일 뿐 아니라 100% 특별전형으로 전환할 경우 전체 입학전형에서 특별전형의 비중이 높다는 이유로 얼마든지 입학정원을 규제당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박보경 교수 / 장신대 교학처장

... 여기에 대해서 저희들이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하는 입장입니다.
앵커: 정말 기독교 신학대학교의 존립이 흔들릴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인데요. 해결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당장 모든 신학교가 오는 6월 말까지 대교협으로부터 입시요강을 허가받아야 내년 신입생 모집을 위해 발표할 수가 있습니다. 그 안에 신학교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결국 정원 10%감축이나 신입생을 100% 특별전형으로 뽑는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각 신학교뿐만 아니라 신학교협의회와 각 교단 차원의 강력한 대처가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한국교회의 발빠른 대처를 기대해보겠습니다. 정희진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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