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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험한 길” 싱글맘과 입양 기획

2012-05-09

앵커 : ‘입양’ 우리사회가 사랑을 가지고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인데요. 사실 입양될 아이들을 실제 부모들이 직접 키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우리사회 현실은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최기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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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해외입양인이자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 모임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제인 정 트렌카, 19살 때 양아버지에게 살해될 뻔 했던 그녀는 이후 자아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함께 입양인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삶을 결심하고, 그들의 삶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제인 정 트렌카 /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 모임(TRACK) 대표
일반적으로 입양인들은 그들 가족과 제대로 융화되지 못한다는 점을 힘들어 합니다. 또한 양부모의 폭력으로 인해 신체적 안전에 위협을 받는 경우도 많죠.

지난 해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입양된 아기는 약 900여명, 수년째 OECD 국가 중 해외입양아동 수 1위라는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현실입니다. 무엇보다 친생가족 보호가 중심이 아닌 아동보호기관과 입양 중심의 정부 지원이 문제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김도현 원장 / 뿌리의집

친생가족 보호 움직임은 지난 2007년 TRACK과 해외입양인센터 뿌리의집,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등이 함께 하면서 본격화됐습니다. 싱글맘의 날 행사를 개최하는가 하면 입양 촉진이 중심이었던 관련 법률을 개정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인식 변화와 부족한 관심 등 가야할 길이 멀고도 험합니다.

김도현 원장 / 뿌리의집
제인 정 트렌카 /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 모임(TRACK) 대표
더 많은 정책적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또한 입양아의 숫자에 대한 관심보다 무엇이 아이들을 위한 최선의 선택인지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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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내 아이를 내 손으로 양육하지 못하는 현실, 우리사회의 미혼모에 관한 현실과 대안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스튜디오에 취재기자 나와있습니다. 최기영 기자, 앞서 소개한 것처럼 여러 단체들의 노력으로 법률도 개정됐다고 했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 네. 바로 ‘입양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대한 부분인데요. 이 개정작업은 2008년 가을부터 진행돼 왔습니다. 그 동안 공청회와 개정안 발의, 심의를 거쳐 오랜 노력 끝에 오는 8월 발효를 앞두고 있는데요. 핵심은 입양을 촉진하는 것이 중심이었던 것에서 입양을 보다 심사숙고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는 점입니다. 주목할 점 중에 하나는 입양이 행정기관 신고제가 아닌 가정법원 허가제로 변경되면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입양허가 심리를 위해 법원에 서류를 제출하도록 한 것입니다. 모성의 권리 보장도 이뤄졌는데요. 입양숙려제를 도입해서 산모가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입양을 결정하지 않도록 출산 후 7일 동안은 입양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또 그동안 입양을 보낸 친생부모의 사생활 침해와 충돌했던 신상정보 공개에 대해서도 입양인이 중대한 질병에 걸리거나 친생부모의 생물학적 정보가 결정적으로 필요할 때는 입양부모의 동의없이 정보 열람이 가능하도록 변경됐습니다.

김도현 원장 / 뿌리의집
... 기여한 매우 의미있는 법 개정이었다

앵커 : 개정안을 보니까 아동의 인권도 보호하고 국가의 책임도 좀 더 강화될 것 같네요.

기자 : 그렇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반쪽 짜리 대책이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그 이유는 입양 생모의 92%에 달하는 미혼모를 위한 자활대책이 없다는 점입니다. 보건복지가족부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싱글맘이 겪는 어려움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62.8%를 차지한 것이 바로 경제적 문제인데요. 이들이 당면하고 있는 현실은 어떤지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미혼모 자활대책은 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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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아들을 출산한 미연씨, 임신 초기 아이를 낳아 함께 기르자고 했던 생부는 출산 7개월 만에 마음을 바꿨습니다. 직업도 있고, 집도 있다던 생부의 말은 모두 거짓말로 들통났고, 어렵게 찾아간 시아버지는 법대로 하고 싶으면 하라며 생활비 지원을 거부했습니다. 하루 아침에 미혼모가 돼버린 미연씨에게 더 큰 상처가 됐던 건 주변 사람들의 달라진 태도였습니다.

김미연(가명) / 미혼모
그렇게 친척들이 등을 돌릴지 몰랐고, 친구들이 나한테 연락을 안 할지도 몰랐고, 근데 그렇게 되더라고요.

모자 보호시설에서 거주하고 있는 미연씨에게 지급되는 정부 지원금은 월 33만원, 미혼모가 양육을 포기한 채 고아원에 아이를 보냈을 때 정부가 105만원을 지원하는 것에 비하면 1/3 수준에 불과합니다.

김미연(가명) / 미혼모
기관쪽에 주는 금액을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들한테 지원해준다면 아이를 더 밝고 예쁘게, 잘 키울 수 있을텐데 그런 부분이 많이 아쉬워요.

불투명한 결과를 놓고 1년 6개월째 진행중인 생부와의 양육비 법률소송은 미연씨를 더욱 지치게 할 뿐입니다. 구김없이 자라주는 네 살배기 아들이 삶의 희망이라는 그녀는 무엇보다 미혼모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날카로운 눈이 조금 더 부드러워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김미연(가명) / 미혼모
모두 인식의 차이잖아요. (엄마로서) 양육을 해야 하는 부분을 당연히 책임지고 있는 거니까 그냥 저희를 ‘미혼모’라는 어떤 주홍글씨처럼, 모든 책임을 짊어져야 되는 대상이 아니라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바라봐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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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부는 거짓말, 시아버지는 문전박대
주변인들 태도변화에 더 큰 상처
김미연(가명) / 미혼모
그렇게 친척들이 등을 돌릴지 몰랐고, 친구들이 나한테 연락을 안 할지도 몰랐고, 근데 그렇게 되더라고요.
정부 지원, 기관ㆍ입양에 집중
김미연(가명) / 미혼모
기관쪽에 주는 금액을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들한테 지원해준다면 아이를 더 밝고 예쁘게, 잘 키울 수 있을텐데 그런 부분이 많이 아쉬워요.
지연되는 법률 소송 도움안 돼
영상취재 전상민
김미연(가명) / 미혼모
모두 인식의 차이잖아요. (엄마로서) 양육을 해야 하는 부분을 당연히 책임지고 있는 거니까 그냥 저희를 ‘미혼모’라는 어떤 주홍글씨처럼, 모든 책임을 짊어져야 되는 대상이 아니라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바라봐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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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사례를 접하고 보니까 이 시대의 싱글맘들이 헤쳐나가야 할 문제들이 정말 한 두가지가 아니네요.

기자 : 네, 보신 것처럼 싱글맘에 대한 정부의 열악한 재정지원도 문제지만 양육을 함께 해나가야 할 생부에게 강하게 책임을 묻지 못하는 현실도 문젭니다. 앞 선 사례와 같이 미혼모의 85.4%, 열명 중 8명 이상이 아이의 생부에게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요. 소송 절차의 간소화와 권고가 아닌 강력한 제재 형식으로서의 양육비 청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과젭니다.
미혼모 85.4% 양육비 못 받아

앵커 : 그렇군요. 이런 현실 가운데 한국교회가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기자 : 물론 있습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35개의 미혼모 지원시설 중에 17개가 입양기관이 주체가 되어 운영되고 있는데요. 최근 개정된 법안에 따르면 2015년부터 해당 17개 시설은 입양기관 이외의 다른 주체가 운영하지 않으면 시설을 운영을 할 수 없습니다. 뿌리의집 김도현 원장은 한국교회가 나서서 미혼모 지원 시설의 주체가 돼 준다면 낮은 자의 마음으로 미혼모의 상처를 덮어주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입양기관, 미혼모 시설 운영 못해

김도현 원장 / 뿌리의집
... 즐거움을 가지고 그 짐을 짊어져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너무 간절한 거예요

기자 : 최근 몇 년 사이 출산을 장려하는 각종 정책과 사회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내 몸으로 낳은 아이를 내 손으로 키우는 것에 사회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현실은 여전히 큰 아쉬움으로 남아있습니다.

앵커 :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들이 엄마, 아빠의 따뜻한 품에서 자라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최기영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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