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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앞둔, 쪽방촌은 - 기획취재 겨울철 쪽방촌

2011-11-08



앵커 : 2에서 4제곱미터의 작은 방에서 살고 있는, 이른바 쪽방촌 주민들. 날씨는 점점 쌀쌀해지는데 그들에게 올 겨울이 더 춥게 느껴질까 걱정입니다. 정희진 기자가 쪽방촌의 일상을 들여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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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작은 쪽방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서울 문래동. 한사람 눕기에도 빠듯한 이 작은 공간이 영수네 세 가족의 보금자리입니다. 곧 두 돌이 되는 영수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지만, 먹을 것, 입을 것 어느 하나 마음대로 줄 수 없는 엄마는 늘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영수(가명) 母 / 쪽방촌 거주
장난감도 사주고 싶은데 돈도 없고 다 해주고 싶은데 돈이 없으니까요.

올해 일흔 살의 최경숙 할머니는 이곳에서 40년 넘게 혼자 살았습니다. 유일한 피붙이인 아들을 목회자로 길렀지만 척박한 개척교회 형편에 행여 짐이 될까 연락하고 싶은 마음도 꾹 누른 채 살아갑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고물을 주워 팔아다가 생활비를 마련했지만 넉 달 전 자궁암 수술을 받은 후엔 거동조차 불편해졌습니다.

최경숙 (가명) / 70세, 쪽방촌 거주
아들이 목회하고 너무 어렵게 있기 때문에 내가 가지도 않고 내가 오히려 보태주게 생겼으니 어떡해요. 불편하기 짝이 없죠. 겨울엔 떨지 겨울에는 연탄보일러도 안 들어오니까 떨어 겨울에는요.

올해 전국의 쪽방 거주자는 6100여명. 이중 절반 이상이 서울 용산, 남대문, 영등포 등 5대 쪽방촌에 머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쪽방상담소가 운영되는 지역의 거주자만 포함된 수치여서 실제 쪽방 거주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55세, 15%는 장애를 안고 있습니다. 기혼자와 미혼자 숫자가 비슷하지만 기혼자 대부분이 이혼 등으로 가족해체를 경험했거나 최 할머니처럼 가족과의 교류가 상당히 낮아 독신 상태와 다름없습니다.

전체의 76%는 50만원이 채 안 되는 돈으로 한 달을 살아가는데 수입원도 정부보조금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난방비는 어떻게 감당할지 쪽방촌 주민들의 겨울맞이는 걱정으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앵커) 쪽방촌 주민들의 겨울나기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뭔지 알아보겠습니다. 스튜디오에 취재 기자 나와 있습니다.
정희진 기자, 겨울 하면 무엇보다 난방비 마련이 걱정일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네, 쪽방촌의 겨울대비는 여름이 끝나는 순간 시작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쪽방촌은 난방시설이 취약합니다. 한국에너지재단에 따르면 서울의 5대 쪽방촌 일대 3,500여개 쪽방 중 영등포, 창신동, 남대문로 등 세 지역 1,700여개 쪽방에는 도시가스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도시가스는 상대적으로 저가 에너지지만 언제 재개발될지 모르는 쪽방촌에 수백만 원을 들여 도시가스 배관을 깔기는 힘들다는 게 지자체들의 설명입니다. 대신 연탄을 떼는 쪽방촌이 많은데요. 연탄은 대부분의 사용자가 극빈층이다 보니 구청에서 주는 무료쿠폰이나 기업 후원이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쪽방촌에선 보통 10가구가 한 아궁이로 연탄을 떼는데요, 연탄 지원이 개인별로 이뤄지기 때문에 연탄이 없어 못 떼는 주민들이 있는가 하면 연탄이 한 아궁이에 몰리는 경우 쌓아뒀다 못 쓰게 되는 연탄도 적지 않습니다.

김형옥 소장 / 영등포쪽방상담소
지원을 받는 독거노인이 한곳에 밀집해 몰려 있을 수 있으니까 만약에 5명 선정했을 때 한 아궁이에 밀집해 선정이 된다면 다른 아궁이에는 지원이 안 되니까 아무래도 괴리가 생길 수 있겠죠.

앵커) 연탄마저 없다면 추운 겨울을 어떻게 견딜지 참 안타까운데요.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건가요?

기자) 쪽방촌 난방 지원이 겨울에만 반짝 하는 일회성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쪽방촌 주민들은 겨울마다 소득의 20에서 30%가 넘는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건물 단열공사를 지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또 연탄이나 등유와 같은 난방연료를 직접 지원할 때에도 적절한 물량이, 꼭 필요한 가구에 배분될 수 있도록 사전에 관공서나 상담센터 등과 협력을 해야 합니다.

김형옥 소장 / 영등포쪽방상담소
기부가 연말연시 때 많게는 70% 적게는 60% 차지합니다. 당연히 집중되죠. 골고루 배분되면 좋겠지만 그게 뜻대로 안되죠.

앵커) 난방연료 외에도 겨울이 되면 쪽방촌 주민들에게 필요한 게 많을 것 같은데요.

기자) 물론입니다. 내복, 담요, 이불, 침낭 등 모든 난방물품이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들 물품 또한 각 지역 쪽방촌의 정확한 필요에 맞춰 세심하게 지원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본격적인 추위가 오기 전에 쪽방촌에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겠군요.

기자) 네, 특별히 쪽방촌은 가족이 있거나, 법적인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정부지원을 체계적으로 받지 못하는 복지사각지댑니다. 따라서 민간차원의 지원이 몰리는 겨울철에는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돼야 할 필요가 있고요.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말고 매년 같은 지역을 돕거나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보다 실효성 있는 지원이 이뤄지길 기대해 봅니다.

앵커) 정희진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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